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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2차

[로이리자] 관계의 의미

 

 

관계의 의미

강철의 연금술사

로이 머스탱x리자 호크아이

 

 

 ‘그 날’ 이후로 시간이 꽤 흘렀다. 엘릭 형제들은 각자의 여행을 떠난 이후로 더 성장해서 돌아왔다.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법칙은 아직 찾아내지 못한 것 같으나 그들은 곧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엘릭 형제다운 방식으로. 싱 국의 사람들과는 몇 년 전 싱과의 교역이 성사된 이후로 간간이 식이 들려온다. 황제는 부족들을 다독이며 성군이라 칭송받고 있다고 했다. 부족 사이에서의 다툼을 중재하고 가장 아래에 있는 자들도 돌본다던가. 높은 자리에서 그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브릭스 군은 ‘그 날’ 이후 추궁을 받았지만 그리 심한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들이 아버지를 물리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다만, 아메스트리스 군의 피를 흘린 대가로 올리비에는 앞으로 몇 년, 혹은 평생 북부의 최전방을 지켜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에 만족한다고 한다면…. 글쎄. 강한 사람이니 어떠한 상황이던 자신의 길을 관철해 나갈 것이다. 머스탱 팀의 팀원들은 각지로 흩어졌다. 중앙, 동부, 서부, 남부, 북부. 각 지에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결혼한 이도, 가업을 이어받은 이도 있다. 1년에 한두 번씩 센트럴에 모여 이야기를 하기도,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사실상 후자에 가깝지만. 같이 있지는 않아도 그들은 언제나 한 팀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들의 원하는 미래를 이룰 때까지.

 총과 칼이 지배하는 세대는 끝났다. 전쟁을 겪지 않은 평화로운 세대의 이들은 개혁을 주장한다. 이슈발 인들은 받아들여졌으며, 그들만의 문화권을 형성하며 이웃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 마냥. 하지만 전쟁은 일어났고, 기록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사람의 신념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과거는 바꿀 수 없으며 자신의 세계를 변화시킨 사건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 많은 것들이 변했고, 많은 것들이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세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이 된다. 전우들은 끈끈한 정으로 묶이며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을 나눈다. 깊어진 신뢰와 믿음. 굳은 결속으로 이루어진 그 관계는 때론 다른 방향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그 날’ 이후로 몇 년. 로이 머스탱과 리자 호크아이는 교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관계가 바뀐 지도 3년. 어떻게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보다 오래 된 사이다. 같이 지낸 세월이 많을수록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늘어갔다. 성격, 버릇, 입맛, 생각,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 알 정도로 시간이 흘러 지금 여기까지 도달했다. 깊은 신뢰 위에 자연스레 피어난 연정. 그들의 관계를 정의하는 말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들의 일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휴일은 서로를 위해 자연스레 시간을 비워둔다던지, 일이 일찍 끝나면 저녁을 함께 한다던가. 함께하는 시간이 좀 더 늘었고, 서로의 생활에 녹아들었으며, 애정이 깊어지는 시간이 늘었다.

 로이는 싱긋 웃으며 제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두고 돌아서는 여인을 잡았다. 잠시 시선이 마주치고, 서로에게 머물렀다. 톡톡. 의미 없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일은 굳이 제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부하에게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도 안다. 다만 그것으로 조금 사심을 채우는 것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호크아이 대위.”

 “예, 부르셨습니까.”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나?”

 “…일단, 없습니다만.”

 “그거 잘 되었군. 일주일 뒤에 싱의 사자가 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것에 관한 접대에 대한 일인데.”

 “…….”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봐야 해서 말이야. 어울려주겠나?”

 “…기꺼이.”

 리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아는 것은 그녀도 알았고, 그의 생각은 그녀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장이나 되는 인물이 직접 할만한 일이 아니다. 평소라면 제게 내려온 지시를 다른 적당한 이에게 맡겼겠지. 굳이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난 두 달간 서로 정신없이 바빴던 탓이다. 머스탱 준장은 최근 군부의 인원과 무기를 만드는 수량을 줄이는 정책을 벌였다. 예로부터 아메트리스는 군부가 기형적으로 거대하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대상을 약하게 만드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을 가진 자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 한 번 정부가 뒤집혔다 해도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자들과 알 수 없는 불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있다. 본심은 제 손에 잡은 권력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겠지만.

 새로운 정책에 대한 회의는 바로 어제 있었고, 치열한 공방 끝에 결국 작은 승리를 쟁취해냈다. 정책과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도 힘들었지만, 정말 힘들어지는 것은 지금부터이다. 계획서에 쓰여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치밀한 계획도 현실 앞에서는 변수가 반드시 존재하며, 모든 이가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정책 적용은 한 달 뒤, 아메스트리스 건국 축제 이후. 즉, 지금이 잠시나마 그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저는 7시 전후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음…. 힘내야겠군. 오늘까지인 급한 서류는 이것들뿐인가?”

 “예.”

 “좋아, 그럼…. 군복 입은 상태로 가기도 무엇하니, 7시쯤 분수대 앞에서 만나자고.”

 “하아….”

 리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일’의 영역에서 벗어난 제안이지만, 당연한 제안이기도 했다. 레스토랑에 군복, 게다가 로이는 지위가 오름과 동시에 파격적인 행보로 신문에도 연일 오르락내리락하는 인물이다.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사복을 입는 편이 사람들의 인식도 느슨하게 하며 편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그러지.”

 

*

 

 로이는 어느 쪽이냐고 말한다면 선을 잘 지키는 쪽에 속한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는 애매하게 짝이 없다. 은사의 딸과 아버지의 제자. 사령관과 그 부하. 깊이 사랑하고 있는 연인. 단편적으로 나열할 수 있는 관계 중에 가장 우선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어느 관계에 따라 행동해야 할까. 만약 두 사람이 은사의 딸과 아버지의 제자라는 관계만을 가지고 있었다면 좀 더 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군의 상하관계와 연인 관계는 양립하기 힘들다. 상반되는 관계 속에서 균형을 놓치면 바로 파탄으로 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선’을 잘 지킨다는 것은 그 관계 사이의 완급을 잘 조정한다는 것과 같다. 두 사람에게는 암묵적인 규칙이 몇 개 존재한다. 굳이 말이란 형태로 꺼내어 못 박아두지 않아도 착실히 지키는 약속. 직장에서는 성과 계급으로만 부르기, 퇴근하고 나서는 이름으로만 부르기. 일 이야기는 직장에서만, 혹은 급한 연락일 때에만.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는 일 이야기는 하지 않기. 설령 일 이야기를 핑계로 만나더라도 막상 만나면 되도록 일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사소하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는 것들. 그 3년 내내 두 사람은 착실히 지켜왔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로이는 가슴 속에 무언가가 얹혀서 나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입 밖으로 나오고 싶어 발버둥 치는 그것을 그가 간신히 잡아두는 것에 가까웠다. 이 사랑스럽고도 안타까운 감정을 그는 당분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레스토랑은 센트럴의 중심부에 있는 곳이었다. 최근 젊은 연인들 간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인테리어는 적당히 고급스럽지만, 무겁지는 않았다. 손님들도 그리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벼운 분위기. 가볍게 체크하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여긴 아니다. 눈이 마주치자 짧게 웃었다. 그녀의 눈 속에서 비슷한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앞으로 메뉴판을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자, 일단 주문부터 할까.”

 나온 요리는 나쁘지 않았다. 최고급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가장 좋은 점은 피아니스트가 직접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실력이 뛰어났기에, 다음에는 오롯하게 둘 만의 용무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은은한 피아노 반주 아래에서 평소와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지인들의 근황이나 소식. 새로 생긴 취미…. 매일 같이 얼굴을 보내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니 새로운 소식이 적었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니 자연히 일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야오 가가 아니라 다른 가문이 온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전에 창 가문에서는 몇 번 온 적이 있지만, 그건.”

 “그래, 메이 창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지. 이제는 확실하게 안의 기반을 다진 것 같더군. 싱 국은 더 강해질 거다. 우리의 든든한 우방……. 이런,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군. 다시 돌아가지. 그러니까….”

 “…와인도 음식의 질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만 조금 가벼운 분위기가 신경 쓰이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아. 이번에 처음 와볼 테니, 준비는 완벽해도 나쁘지 않지. 평소에 대접하던 곳으로 내일 다시 가볼까.”

 “최근 인테리어를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다시 가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뢰 속에 쌓인 애정. 혹은 애정 속에 쌓인 신뢰. 굳건한 믿음 아래 자리한 감정은 흔들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벽이 있다면, 그것은 리자 호크아이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다. 교제를 시작하고 나서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그, 암묵적인 규칙을 먼저 만들어낸 것도 그, 말하지 않은 일이 늘어난 것도 그. 이유는 안 봐도 뻔하였다. 감추려고 해봤자 서로를 너무 오랜 시간 봐왔다. 그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로이가 걷는 길이 험하다는 것은 리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뒤를 따라가겠다고 약속까지 한 것은 자신이었으니. 같은 길을 걷는 처지다. 다만 등 뒤에서 걷느냐, 그 옆에 서서 걷느냐가 다를 뿐. 그 몇 걸음 차이. 리자에게는 딱 그만큼의 문제였으나 로이에게는 아니었다. 따라오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선두에 서서 걷겠다는 의미. 모든 바람을 막아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먼저 알고 대처하며 조금은 그 바람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강한 여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오만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제 책임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그런데도 지켜주고 싶어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식기가 그릇에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간간히 울려 퍼졌다. 로이는 제 접시만을 바라보았고, 리자는 그런 로이를 바라보았다. 요즘 이런 침묵이 잦았다. 함께 있어서 편한 침묵이 아닌, 불편한 침묵. 푸른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관계는 변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런 생각을 썰어 삼켰다. 작은 한숨. 검은 눈동자가 안타까운 빛을 비추었다 사그라트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밖은 벌써 어둑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외투를 여미며 밖으로 나섰다. 오가는 말은 평소와도 같았다. 식사는 맛있었나? 좋았습니다. 그런데, 로이. 오늘 와인을 많이 마신 것 같은데. 하하. 걱정은. 내일 무사히 출근하기를 빌어주게. 로이도 정말. 커플 사이에 나눌법한 다정한 대화. 조금 전의 침묵은 잊어버렸다는 듯이 살갑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이야깃거리도 다 떨어질 무렵, 거리의 끝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꽃 파는 소녀들. 딱 연인들이 저녁 먹고 극장으로 들어갈 시간대라 반짝이는 불빛 아래서 작게 외치고 있었다.

 “꽃, 사실래요?”

 로이가 그 말에 멈춰 선 것은 다분히 충동적인 일이었다. 분홍 장미. 마침 자신이 고백할 때에 건넸던 꽃을 팔고 있었다. 이걸 이용해서 사방으로 몰래 연락을 보냈던 적도 있지만…. 지금 그럴 필요는 없어졌으니. 부담 없이 세 다발을 사서 그녀의 품에 한가득 안겨주었다. 언제나 생각했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조합이었다. 얼결에 받았는지 동그랗게 떠진 눈이 귀여웠다. 그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 할 것 같다. 걸음을 옮기며 더듬더듬 본심을 조금 내보였다.

 “옛날 생각도 해볼 겸. 게다가 꽃은 그대와 잘 어울리니까.”

 “…감사합니다.”

 푸른 눈동자가 곱게 접혔다. 만개한 미소가 아름다워 꽃이 죽어버렸다. 적어도 로이 머스탱은 그리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잡으려고 내민 손을 집어넣고 등을 돌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뒤에서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다시 말은 사라졌다. 로이는 이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다. 속에서 말들이 목 끝까지 올라와 바둥대었다. 사실 답답한 가슴의 통증 해소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그게 너무나도 이기적인 선택이라서 그렇지. 그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그녀는 팔 한 가득 차는 꽃다발을 끌어안았다. 그가 고백할 때 준 것은 몇몇 책갈피로 만들었다. 아마, 이것도 그리 간직하겠지. 잠시 얼굴을 묻고 향을 음미했다. 그리고 눈을 들었다. 현명한 눈동자는 깊게 침잠해있었다. 그녀는 제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따르던 등이 조금 위태로워보였다. 최근에서야 더 심해졌다. 제게 좀 더 의지를 해주었으면 좋겠음에도 입 밖으로 낼 수 없다. 리자는 로이에 대해서 너무 잘 알았으며 그가 제게 가진 감정이 오롯한 애정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굳건한 신뢰와 깊은 애정,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 그래서 그녀는 그를 기다린다. 죄책감이든 부채감이든 모두 잊고 제게 손을 내밀 그 날을. 언제나처럼, 바로 옆에서 기다릴 뿐이다.

 

 리자의 집은 조금 외각에 떨어져 있었다. 조용하고 한가로운 주택가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어 걱정도 되는. 묵묵히 내딛던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올려다본 하늘은 더럽게도 맑았다. 젠장.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떻게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로 통했다. 몇 번이고 다른 선택지를 고르고, 일부로 돌아가도 종착점은 언제나 같았다. 그가 걸음을 멈추자 가만히 그녀도 걸음을 멈추었다.

 “리자 호크아이.”

 아직 이 말을 꺼내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차기 대총통이라고 불려도 실제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가로막는 이들과 장애물이 너무나도 많다. 또한, 자신이 이루려는 미래는 결국 자멸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럴 확률이 높은 길이다. 이미 같이 걷고 있는 길이지만 어느 정도 선을 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고 저 혼자만이 희생할 수 있도록. 이 말을 꺼냄과 동시에 그녀가 휘말릴 위험이, 같이 자멸할 가능성이 너무나도 크다. 바람은 같이 맞으면 맞을수록 더욱 거세진다. 이성은 필사적으로 말리고 있다. 그럼에도 나온 것은 지극히 충동적이고 이기적인 권유.

 “리자 머스탱이 되어주겠나?”

네 웃음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지켜주고 싶어져서. 아니, 좀 더 많이 보고 싶어져서. 사실 제 옆에만 두고 싶어져서. 함께 걷고 싶어져서.

 “네.”

 

 그 무엇보다도 내가 너를 너무나도 사랑해서.